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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Story

경남 밀양 비오는 날에 가본 만어사 여행기

by M.Archive 2019.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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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한해도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 가을이 물러가고 겨울이 찾아올때쯤인 12월 1일 일요일에 늦은 오후인 4시경.

여느때 같았으면 집에서 쉬었다가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을 맞기 위해 준비를 할텐데 왠 바람이 불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지고 싶었습니다. 먼거리의 여행을 계획은 계속해서 해오고 있었지만 주말이 되기만하면 항상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쉬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어서 그러길 2주간을 시간을 끌었네요. 하지만 오늘 늦은 오후에는 달랐습니다. 이대로 일요일을 보내면 평일에 그토록 가고싶어했던 여행을 못간다는 생각과 함께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오자 싶어서 근처에 갈만한 곳이 없는지 찾아보게 되었어요.

겨울로 접어든 12월의 오후4시는 사진의 색감 만큼이나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듯 했다.

날씨가 조금만 좋았더라면 바이크를 타고 어디론가 구경하러 훌쩍 떠났을텐데 오늘만큼은 달랐습니다. 오전부터 계속해서 내리던 비는 늦은 오후까지 이어지면서 그칠줄을 몰랐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차를 이용해서 밖을 나왔는데 비오는 날 음악들으면서 천천히 양산 물금의 뒷길을 이용하여 원동을 거쳐 삼랑진으로 오는데 그렇게 고즈넉하고 운치있는 드라이브가 없더군요. 가는 길에 겨울과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도로 위의 풍경이 인상 깊어 사진을 남겨봅니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와이퍼 밖으로 점점 어둑해지는게 오늘의 목적지에서 제대로 된 구경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장소 : 만어사

주소 :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만어로 776

만어사는 절입니다. 딱히 제가 불교신자이거나 그렇진 않습니다만.. 사진을 연습할 때 주로 조용한 절에서 찍는 걸 연습하다가 절의 고요한 매력(?)에 빠져들어서 가끔 찾으면 뭔가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 것 같기도하고 또 그런 느낌이 좋아서 한번씩 찾습니다.

 

혹시 만어사라는 절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제가 자세히 설명해버리면 뭔가 인터넷에서 퍼나른 듯한 느낌도 있고 잠깐의 방문이 기행기처럼 되버릴까봐 길게 설명하진 않겠습니다만...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만어사라는 절은 삼국시대에 제1대 수로왕이 창건한 사찰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절이 유명한건 따로 있는데, 절 앞의 수많은 바위조각이 물고기들이 변하여 돌이 된 것을 만어석이라 불렸고, 또 이 돌들을 두들기면 맑은 쇳소리가 나기도 한대서 종석이라고 불리기도 했다는군요.

 

자동차를 이용해서 올라오길 수십여분이 지나고서야 만어사의 입구 앞의 비석을 보게 되었고 이윽고 사찰의 내부로 들어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선 사진에서 만어사의 비석이 세워진 방향에는 두갈래의 길이 있는데 이 중 우측으로 향해야 사찰로 들어갈 수가 있어요. 저는 실수로 왼쪽으로 들어갔다가 힘겹게 유턴해서 내려온 사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부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래요.. ㅎㅎ 

 

주차장은 두군데가 있었는데 저는 어쩌다보니 아랫주차장을 이용하게되어서 사찰까지는 약간의 돌계단을 걸어야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아랫주차장에서 위로 올려다보니 새로이 짓고있는 사찰이 보이더군요. 완성 되었으면 더 멋지게 보일텐데 타이밍을 못맞춰서 조금은 아쉬운 기분도 들었습니다.

만어사의 아랫 주차장

 

아래주차장에서 차를 주차하면 보이는 전경은 겨울을 맞은 앙상한 나무가지들 사이로 보이는 수많은 만어석(=종석)들입니다. 처음 마주했을 땐 마치 건설현장에 돌들을 사용하기 위해서 깨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아마도 날씨가 어둑한 탓이었겠죠.

비록 어두워질때쯤 들어오긴 했으나 비가오는 날에 사찰과 함께 전설이 담긴 만어석들이 있는 만어사의 전체적인 풍경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고 제가 다녔던 어떠한 절들보다 더욱이 깊이 있고 운치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날을 골라서 온게 잘 됐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참고로 카메라는 Cannon 800D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망원렌즈를 이용해서 비에 흠뻑젖은 만어석들과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보여주는 뷰파인더 안의 전경은 정말 멋지다라는 표현이 모자랄만큼 황홀한 느낌이더군요. 날이 밝을 때 와서 사진을 찍었어도 좋았겠지만 이렇게 비오는 날 나와서 힘겹게 우산으로 비를 피하며 찍는 사진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아래 주차장을 벗어나서 새로 짓고 있는 사찰의 옆 돌계단을 올라서봅니다. 계단을 올라서게 되면 다시 윗주차장이 나타나고 거기서 조금 더 안쪽으로 걷다보면 사찰이 보이면서 이런 풍경이 보이네요.

아래에 있는 잘 닦아놓은 듯한 돌은 수백개의 만어석들의 모습을 구경하라고 만들어둔 돌 같았습니다. 하지만 올라서진 않았어요. 올라서 만어석들이 깔린 것들을 보는 것도 좋았겠지만 이렇게 올라서라고 만든 돌과 함께 만어석들을 같이 사진 찍는게 더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본 만어석들입니다. 한국 어디에 절 앞 풍경이 이런 곳이 있을까요? 산등성이를 감싼 하얀 안개들과 적지 않게 내리고 있는 비 그리고 앙상한 나무가지들의 풍경은 절경중에 절경입니다. 

 

천연기념물로도 등재된 만어석들은 만어산의 암괴류에 속하나 보군요. 밀양시에서는 아예 경고문으로 이 돌들을 가져가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문까지도 올려놨습니다. 경고문의 내용을 보니 바위를 두드리면 쇠소리가 난다고 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네요. 알고 오긴 했지만 비도오고 돌들이 미끄러울 것 같아서 그냥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진짜 만어사의 모습은 윗 주차장을 벗어나 또 다시 돌계단을 올라야만 사찰을 구경할 수 있는데 이 절경에 흠뻑 젖어서 쉽사리 발걸음이 떼이질 않았습니다. 돌도 두들겨보고 싶고 만져도 보고 싶었지만 보면 볼수록 아쉬움만 더해갔던 것 같네요.

하지만 다시 발걸음을 돌려서 만어사의 경석을 소개하는 팻말의 옆으로 놓여진 돌계단을 올라 사찰로 올라가봅니다.

 

사찰로 올라서도 만어사의 만어석들이 아주 훤히 잘보이네요 :) 하지만 다시 뒤돌아서 사찰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사찰의 법당이라고 해야하나요. 절은 찾은 신도들이 모여 절을 드리는 곳에는 아직 불이 환하게 켜져 있습니다. 그리고 올라와보니 제법 주차된 차량도 있는게 이런 궃은 날씨속에서도 만어사를 찾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가보더군요. 사진을 찍어대는 동안 일반인들의 모습을 제법 많이 보였던듯 합니다.

사찰이 있는 곳에서 내려다 본 만어석들의 풍경은 안개와 어우러져 일품이었다.

안개가 걷히면 잘 모르겠지만 만어사의 높이는 생각보다 꽤 높이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봤을 떄는 이 사찰의 주변에는 이 산보다 높은 산은 보이질 않더군요. 날이 밝을 때 한번 더 방문해봐야겠습니다. 얼마나 주변의 풍경과 만어석 그리고 사찰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끊이질 않게하는지를요 :)

시간이 시간인지라 사찰내부에는 어둠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는 듯 했습니다. 어둑어둑한 모습들이 시간가기 무섭게 빠르게 어두워지더군요. 역시나 비가 오는 것도 크게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만어사의 분위기는 더욱 고요해지고 고즈넉해지는게 개인적으론 좋더군요.

어느절에서나 가보면 이런 바가지와 물이 나오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듯 했다.
만어사에서 가장 많이 밟아본 것은 아마 돌계단이 아닐까?

" 사진찍기 안어두우세요 ? " , " 네, 괜찮습니다. " 실제로는 제법 많이 어두워서 카메라상에 잘 모습이 나타나질 않았지만 지나가는 스님의 말 한마디에 따스함이 느껴져 잘 찍힌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그런 따뜻한 한마디가 절의 느낌을 더욱이 좋게 만드는 것 같네요.

한마디 건네신 스님은 어디론가 급히 발걸음을 옮기셨다.

만어사에 도착한지 약 50여분쯤 되었을까요? 겨울의 해는 굉장히 짧기 때문에 주변이 캄캄해져서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질 않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이쯤에서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게 낫다고 생각이 들어서 고즈넉한 밀양의 만어사 여행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합니다.

이미 집으로 내려가는 산 아래길은 안개와 어둠으로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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